6월 6일 연중 제9주간 화요일
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꽤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으십니다. “황제에게
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?, 합당하지 않습니까?” 이 질문에는 그분을 옭
아매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.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은 먼저 예수
님을 찬양하는 온갖 좋은 말을 나열합니다. 특히 ‘사람을 그 신분(그리스 말
로 ‘프로소폰’[얼굴, 외모])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신다.’는 표현으로, 어떤 이의
외모나 신분이나 위엄에 흔들리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공평을 치켜세웁니다.
그리고 곧이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는 질문을 통하여 어느 한쪽을
답하도록 예수님을 유도합니다. 만일 황제라면 높은 신분에 겁을 먹거나 흔
들리지 않는 이라면, 그에게 내는 세금이 합당하지 않다고 떳떳하게 대답할
수 있을 것입니다. 더군다나 그가 이스라엘의 메시아라면 그러한 멍에에서
이스라엘을 자유롭게 하는 이로서, 적어도 이방 통치자에게 내는 세금에 반
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. 그런데 그렇게 하면
로마 제국에 맞서는 것이 되기에, 그들은 곧 바로 예수님을 대역죄로 고발할
계획이었을 것입니다.
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으십니다. 황제에게 세금을 ‘바
쳐라’ 또는 ‘바치지 마라’는 식위 답을 고르지 않으십니다. 그 대신 예수님
께서는 데나리온에 새겨진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게 하신 뒤
에,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십니다. “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, 하느
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.” 사실 이 대답은 조금 모호한 면이 있습니
다. 그러나 그러한 모호함 덕분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놓은 덫에서 영민하
게 빠져나오실 수 있었습니다. 그리고 이 말씀은 우리에게 더 근본적이고 중
요한 질문은 던집니다. ‘무엇이 황제의 것이고, 무엇이 하느님의 것인가?’ 마
침내 사라져 버릴 것들과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게 될 것들을 잘 분별하
라는 숙제가 주어진 것입니다. 우리는 ‘하느님의 것’이 무엇인지 잘 식별하고,
그것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려드리고 있습니까? 나라에 내는 세
금도 있지만, 하느님께 바쳐야 할 ‘세금’도 있습니다. 꾸준한 기도와 신앙생활
로 그 세금이 밀리는 일이 없게 합시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